가족이 되다. 유기견 입양,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할 문제!
지금은 별이 되었지만
우리 집 최고 실세 1위로 사랑을 독차지하던 푸슉이와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가여운 달샘이는
모두 유기견이었어요.
길가를 떠돌다 구조된 유기견, 식구가 되다.
우리 집 첫 번째 유기견은 푸슉이로
어릴 적부터 동물을 많이 좋아하던 제가
부모님을 설득하고 설득해서 유기견 입양 허락을 받았고
동물병원에 구조되어 보호되고 있던 푸슉이를
한 인터넷 카페를 통해 보게 되었고 입양하게 됐습니다.
2010년 3월 12일.
구석에서 친구들에 치어 벌벌 떨던 푸슉이는
정식으로 우리 집 반려견으로 입성하게 되었어요.
이 사진이 바로 인터넷 카페에 올라와 있던 사진이었는데
보자마자 그냥 얘는 우리 집 식구다..! 생각이 들었던 거 같아요..ㅎ
생각보다 나이도 많았고
이빨은 이미 다 망가져 있었고
과거에 다리가 부러진 채로 굳어 걸음걸이도 이상했고
한쪽 귀도 끝이 잘려 있었어요. ㅠㅠ
적응을 마치자마자 바로 스케일링해주고
좋은 거 다 먹이고 해 주며 귀하게 키웠어요.
과거는 모르지만 적어도 우리 집에 온 이상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싶었거든요 :)
유기견 입양 시 많은 분들이 망설이시는 이유인
'문제가 있어서 버려졌을 텐데...'
저희 부모님도 처음엔 그런 생각이 있으셨지만
저의 논리 정연한(?) 설득 끝에 받아들이셨고
푸슉이는 그런 생각을 했던 게 미안할 정도로
굉장히 처음부터 우리 집 식구였던듯 스며들었어요 ㅋㅋ
온 집안 식구는 물론 지인들까지
슉며들게 만든 대단한 아이♥
그러다가 제가 서울로 가게 되며
당장 함께 할 수 없어 잠시 부모님 댁에 맡겼었고
다른 집으로 이사 가게 되며
다시 푸슉이를 데려가겠다고 했으나.......
이미 찐~하게 슉며드신 부모님이
보낼 수 없다며 극구 반대를 하시면서
"차라리 다른 아이로 데려와"라고 하셨고
부모님 댁에서 왕대접받으며 사는 푸슉이보다
다른 아이의 생명을 살리는 게 낫겠다 싶어
또 다른 유기견 아이를 알아보았습니다.
그러다 한 유기견 보호소 카페에서
눈망울이 커다란 마음이 가는 아이를 보았고
입양 의사를 담당자에게 전달하였죠.
사연 많은 유기견, 식구가 되다.
▲ 달샘이 입양 글에 올라왔던 사진
보호소는 아무래도 절차가 좀 까다로운 편이었어요.
20대로 부모님께 독립해 나온 성인이었음에도
부모님까지 전화 통화를 시켜 줘야 했고
다양한 신상 정보를 노출해야 했으며
지정된 카페에 정기적으로 소식도 전해야 했고요..
다양한 유선상의 확인 절차와 대면까지 마치고 나서야
2011년 7월 16일, 달샘이가 우리 가족이 되었습니다.
나중에 보호소 입양 담당자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달샘이는 전 주인에게 많이 학대를 받았다고 해요.
때리다 때리다 보신탕집에 팔아버린다는 걸 구조한 케이스라고.......
그 때문인지 달샘이는 마음의 문이 닫혀있었습니다 ㅠㅠ
자기도 모르게 입질도 했고 눈만 마주쳐도 으르릉대고...
학대로 인한 마음의 병이 몸에도 나타난 건지
정말 뼈가 만져질 만큼 많이 마른 몸에
영양부족으로 인한 극심한 털 빠짐으로 모량도 적었어요...ㅠ
오자마자 1초 단위로 거위 소리를 꺽꺽 내며 기관지 문제를 보였고
혈변까지 보고 쉬지 않고 설사를 쏟아내는 통에
데려온 지 일주일 만에 7자리 수의 돈을 병원에 갖다 바친 거 같아요..
입에 들어간 털을 빼내느라 의사 선생님과 대화가 어려울 만큼 털이 빠졌고
거위 같은 울음으로 고통스러워하던 달샘이도, 듣는 저도 너무 힘들었습니다.ㅠㅠ
날마다 퇴근하자마자 가방만 던지고
애 안고 병원으로 달려가길 몇 개월.
평생 먹어야 한다던 약이 개수가 좀 줄고
나중엔 횟수가 줄고 그러다 약을 끊었는데
병원에서도 기적이라고 했어요!!
잘 버텨준 녀석에게 얼마나 감사하던지 ㅠㅠ
밥보다 많은 약을 먹으며 온통 누레져도
혹시나 감기라도 오면 기관지 문제 생길까 봐 못 씻기다가
처음 조심스럽게 목욕을 했을 때의 감격이란....ㅠㅠ
애 살부터 찌워야겠다 싶어서
정말 좋다는 거 다 먹이고 다 해줘서
정말 하루가 다르게 건강해지고 살도 붙고 이뻐지더라고요.
이때 정말 느꼈어요.
사랑받는 아이들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표정부터가 편안해 보이죠? ㅎㅎ
모량 풍성해진 거 보세요 ㅎㅎ
어디 가서 '유기견이라더니... 어쩐지..' 소리 안 들으려고
정말 누가 봐도 이쁘고 건강하게 키우려고 애썼고
다들 유기견이라고 하면 놀라곤 하셨어요.
이렇게 유기견에 대한 편견을 조금씩 바꿔야지!
하는... 뭔가 되지도 않는 사명감 같은 게 있었던 거 같아요 제가...ㅋㅋㅋㅋㅋ
정말 이쁘고 많이 건강해진 달샘이었지만
하늘로 가는 날까지 으르릉과 입질을 놓지를 못했습니다.
꼬박 9년을 정말 최선을 다 해서 마음을 열기 위해 노력했는데
달샘이에게 모질었던 그 과거의 시간이 너무 힘겨웠나 봐요...
한때는 이렇게까지 노력하는데 바뀌지 않는 녀석에게 화도 났고
어떤 날은 야속하고 서운한 마음도 들었는데
보내고 나니 그냥 그 고통스러웠을 시간이 너무 안쓰럽고 안타까워요....
위에 언급한 두 아이는 제가 입양 한 아이지만
저로 인해 유기견에 대한 마인드가 바뀌신 부모님께서
가여운 아이들을 거두시다 보니
지금 부모님 댁에도 네 마리의 반려견이 있습니다.
임신한 몸으로 누더기견이 되어 도망 다니던 럭키는
처음에는 사람 모두를 심하게 두려워했었는데
지금은.... 부담스러운 애교로 무장 했구요 ㅎㅎㅎㅎ
전 주인이 산책하는 것처럼 데리고 와서
줄 풀어주는 척하고 가버려서
졸지에 낯선 동네에 버려진 머털이는
무뚝뚝한 애교로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죠.ㅎ
유기견입양, 정말 신중하고 신중해야 할 문제
제가 오늘 글을 쓴 이유는...
좀 더 신중한 입양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하지 않을까 해서입니다.
요즘 가끔 연예인들이 반려견 입양 소식을 SNS에 올리면
사람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유기견 입양을 안 했다고 욕하는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묻고 싶어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은 전부 유기견 입양을 하셨는지.
정말 본인이 겪고 느끼시고 강요하시는 건지요.
저희 집은 다양한 유기견 아이들을 입양했고 키우고 있고
또 9년 10년 키우다 작년에 이별까지 겪어봤으니
적어도 유기견에 대한 다양한 면모를 봤다고 생각해요.
어디든 스며들듯 적응하고 받아들이던 푸슉이부터
가는 날까지 날을 세우고 물고 으르릉대던 달샘이 까지..
물론 유기견 입양을 많이 알리고 더 활성화되길 바라지만
한편으로는 처음 키우시는 분들일수록 좀 더 고민하고
신중하게 유기견 입양에 대해 생각해보시길 추천드려요.
남들 시선 때문에, 그냥 안쓰러워서 무턱대고 입양했다가
줄어들지 않는 공격성에 몸도 마음도 다칠 수 있습니다.
그러다 파양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구요.....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하게 꼭 알려드리고 싶어요.
문제가 있어서 버려진 게 아니라
문제가 있는 주인들이 버린 겁니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어요.
나빠지게 만든 나쁜 주인만 있을 뿐이지..
혹시 유기견 입양을 생각하신다면
사진만 보고 입양하기보단 봉사활동이나 정기적인 방문으로
내 성향과 맞을지, 교정이 가능할지 등을 미리 맞춰보고
신중하게 입양 결정하시기를 추천드려요.
특히 반려견 키운 경험이 없으신 분들일수록
더욱더 신중한 결정을 해주시길 한 명의 반려인으로써 부탁드립니다.
어떤 사유든 유기견이 된 한 아이를 입양해
그 아이가 긍정적으로 변하는 과정을 본다는 건
입양자나 반려견 모두에게 정말 행복한 일이에요.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그러나
반드시
신중하세요.